공학+디자인 = '디자인공학'
한동안 창의적인 제품으로 이슈가 되었던 날개없는 선풍기를 기억하는가?
이 제품은 영국의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이 설립한 가전회사 다이슨(dyson)사에서 만들었다.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릴 정도로 혁신과 열정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물인데, ‘날개 없는 선풍기’와 더불어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는 그의 대표적인 혁신적 발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창의적인 디자인은 바로 공학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다. 1날개 없는 선풍기의 원리는 바로 유체역학의 핵심 원리인 유선 상에서의 전압력은 일정하다라는 베르누이 방정식을 이용하였다.
베르누이 방정식은
- 는 유선 내 한 점에서의 유동 속도
- 는 중력 가속도
- 는 기준면에 대한 그 점의 높이
- 는 그 점에서의 압력
- 는 유체의 밀도
이렇듯 산업디자인의 패러다임은 심미적인 디자인을 넘어 실용적이며 창조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진정한 디자이너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세계를 바라보고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다른 세계를 창조할 수 있어야 리더가 될 수 있다.
20년 전만 해도 디자인은 새로운 제품을 스타일리스틱하고 조직화해서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현재는 디자이너가 시장 전략, 엔지니어링, 첨단 기술, 마케팅, 비즈니스까지 이해해야 한다. 또한 과학 분야에서 어떤 새로운 돌파구가 나오는지도 알아야 하고 기술, 사회, 정책도 알아야 한다.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는 학생들이 허브 센터 역할을 맡아서 비즈니스, 공학, 디자인의 다른 언어를 이해하도록 가르친다.
기존의 산업디자인 교육과정을 밟은 디자이너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공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새롭게 디자인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을 이끌 수 있는 디자이너를 한양대 ERICA 캠퍼스에서 양성하고자 '디자인공학'이라는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ERICA 캠퍼스의 브랜드 이미지 '공학+디자인'
현재 ERICA캠퍼스의 공학 대학과 디자인 대학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통한 새로운 breed의 실용인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학적 개념과 훈련을 거친 산업 디자이너에 대한 현장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본 프로그램의 목적은 전공은 공학적인 개념과 이론을 토대로 인간 중심적 (Human-centered)이고 실용적 기능이 담보된 제품, 환경 또는 시스템을 디자인 할 수 있는 공학 디자이너 (Engineering based Designer)를 육성하는데 있다. 공학적 기본 소양과 디자인 실습을 토대로 다학제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을 실시하여, 졸업 후 디자인 엔지니어 또는 공학적 소양을 가진 디자이너로 취업 또는 진학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커리큐럼을 구성한다.
디자인공학을 배우면 어떤 분야에 도전하게 되나요?
디자인공학은 아무나 뽑지 않는다?
디자인공학은 신입생을 선발하는 일반 학과와 다르게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이 학사과정을 이수하고자 하면 우선 한양대에 입학해야한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연 2회 신청을 받으며 일정의 선발과정을 거친 후 이수할 자격을 얻게된다. 디자인공학사과정을 마치면 입학 당시의 전공과 디자인공학사를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입학 당시 기계공학과로 입학하여 졸업하면 기계공학사를 수여받게 된다. 여기에 디자인공학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나면 디자인공학사도 수여받는다. 만약 디자인대학으로 입학하였다고 하여도 산업디자인학사와 디자인공학사를 받게된다.
즉, 4년동안 학사를 2개를 받게 되는 셈
그만큼 같은 기간동안 더 많은 학문을 공부해 낼 수 있는 한양대생만 지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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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풍경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입원환자가 끌고 다니는 무거운 수액걸이. 이 불편함을 해소할 ‘어깨에 맬 수 있는’ 수액걸이가 등장했다. 공학적으로 수액이 원활하게 나오도록 설계됐고, 디자인도 깔끔하다. 이 어깨에 맬 수 있는 수액걸이는 디자인공학과 학생들의 캡스톤 디자인 작품이다. 이 수액걸이가 탄생되는 데는 공학적 원리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수액이 잘 나오게 하는 것은 공학이 적용되지만,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디자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를 것만 같은 두 학문, 디자인과 공학. ERICA캠퍼스는 ‘디자인공학과’라는 융합전공으로 두 학문을 한 자리에 모았다.
‘디자인+공학’으로 적성을 살리다
대부분의 학생이 이과, 문과 혹은 예체능 계열의 적성을 찾아 과를 선택한다. 하지만 어떤 학생들은 여러 적성이 합쳐진 ‘복합 적성’을 가지기도 한다. 디자인공학과는 이런 복합 적성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융합전공이다. 공학과 디자인의 융합은 디자인공학과장 김정룡 교수(공학대·산업경영)의 학문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이런 학생들은 특정 전공에서 만족을 얻기 힘듭니다. 저도 그런 학생 중의 하나였지요. 학생들에게 자신의 융합적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김 학과장은 우리대학 기계공학을 전공, 대학원에서 인간공학을 전공했다. ‘인간의 삶’에 공학을 접목하는 산업디자인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디자인과 공학 간 융합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디자인공학과는 ERICA 캠퍼스 2학년 이상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뒤늦게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거나 몇 개의 수업을 들어보고 자신에게 맞으면 지원하는 4학년 학생들도 있다고. 신청 후에는 서류접수와 담당교수의 면접이 진행된다. 면접에서는 학생들의 융합적성 능력을 판단한다. 또 학생들이 융합전공이 앞으로의 취업과 미래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디자인공학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본 전공과 디자인공학, 2개의 학사 학위를 받게 된다.
우리대학 디자인공학과가 특별한 이유
국내의 조형학부, 예술대학, 디자인 대학은 공과대와의 융합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과 과를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처럼 대규모의 디자인대학과 공학대학이 한 캠퍼스에서 상호 협력하는 곳은 없다.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거나, 커리큘럼이 한쪽으로 치우쳐 실용적인 융합학문을 배우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반면 우리대학은 두 학과 모두를 고려한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특히 김 학과장은 “공대의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이라는 예술적 이미지가 결합해 고유한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두 학과를 연계해 학부 과정 내에서 수행하는 만큼 학생들의 어려움도 있다. 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공학대의 수학, 물리 과목이 어렵다고 말한다. 사실 공학 전공 학생들도 평소 배우지 않았던 영역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래서 디자인공학과는 실질적인 프로젝트 기반의 ‘창의 캡스톤’, ‘디자인공학과 캡스톤’ 수업 등 총 12학점을 개설했다. 그리고 감성미학과 같은 디자인공학 진입과목을 통해 디자인 전공과 공학 전공 학생들이 같이 어울리고 전공의 목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공학과는 캡스톤 디자인 수업 성과와 이를 중심으로 한 실용교육과 산학연계를 지향한다. 김 학과장은 창업, 전원 특허출원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특허 출원 경험의 이득은 매우 큽니다. 일단 취업 이력을 차별화 시키고, 개인의 창의 역량을 회사에 보여 줄 수 있는 과정이죠. 현장 경험과 상응하는 실용 교육이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현재 좋은 아이디어는 정규 캡스톤 이상의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추후 창업지원의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학문 간 소통을 배우는 ‘융합인재’
디자인과 공학의 융합으로 새로운 학문을 배우는 7명의 학생을 만났다. 이들은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공학을 배우고 싶었거나, 공학을 전공하면서 디자인을 배우고 싶었던 학생들이다. 김동준(산업경영공학과 인간공학전공 석사과정) 씨, 김용현(공학대·기계 4) 씨, 안원준(공학대·전자시스템 4) 씨, 이현욱(공학대·건축공학 3) 씨, 강지영(디자인대·테크노 4) 씨, 황세아(디자인대·테크노 4) 씨, 오진수(디자인대·테크노 4) 씨다. 이들로부터 각자 디자인공학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디자인공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동준: 고등학교 때는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미술을 전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서 기계공학과로 진학했죠. 그런데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2009년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을 했는데 당시 적은 인원으로 디자인공학과가 처음 개설됐어요. 저는 제 전공과 미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했고, 그게 제 길이었는지 대학원까지 디자인공학으로 진학하게 됐죠.
현욱: 건축학부로 입학할 때 건축공학과 건축학 중 선택할 수 있어요. 저는 건축학을 전공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취업을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의견을 따라서 건축공학과에 진학했죠. 그런데 건축공학과에서는 수학과 물리만 풀고, 제도와 설계만 하는데 재미가 없더군요.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건축공학과는 ‘실제 건물이 유지 가능한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러던 중 디자인공학과를 알게 됐고, ‘일단 신청해보자’ 해서 시작한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본인 전공과 다른 디자인 혹은 공학의 접목이 어떤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동준: 기계공학과는 기계의 효율성만 고려해요. 사실 기계는 인간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건데도 일의 효율성만을 고려해 설계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디자인과 접목해 기계를 만든다면 사람에게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돼 좀더 인간 친화적인 기계가 탄생해요. 일의 반경과 동선에 맞춘 컨베이어벨트 작업대처럼 말이에요.
원준: 정보시스템공학과라 디자인과 큰 관련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디자인 전공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됐는데, 저는 시스템만을 보는 반면 디자인과 학생은 외관만 보는 경향이 있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쪽에 집중하고 디자인과 학생은 미디어 아트 등 외적인 디자인을 담당했어요. 융합하면 훌륭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진수: 공학과 결합하면 디자인만 배울 때처럼 미적인 부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행동과 구조를 분석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생각해요. 원래 디자인을 할 때 아이디어와 콘셉트에만 주목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실제로 구동할지 고민하게 됐죠.
융합전공을 선택하면 들어야 하는 학점도 많아지고 공부도 훨씬 많이 해야 한다. 심지어 분야도 완전히 다른데, 전공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용현: 한 학기 정도는 정말 적응이 안됐어요.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든 것뿐만 아니라 팀플에 대한 자세가 달랐기 때문이죠. 디자인과 학생들은 처음부터 팀플로 시작해서 과제를 완성하는 편인데, 공학과 학생들은 이론 위주의 연구를 한 다음 마지막에 다 같이 과제를 만들거든요. 그래서 서로가 시간을 맞추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이 밖에도 설계과정에서 다루는 프로그램도 달라서 초반에는 충돌이 많죠.
지영: 제품을 만들 때도 마인드 자체가 달라요. 공대는 구동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디자이너 아이디어나 외관적인 형태를 중시하죠. 그래서 부딪힌 적이 많았어요.
동준: 맞아요. 지영, 진수와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인간공학적인 수액걸이를 만드는 과제를 했어요. 그런데 각자 전공에만 초점을 맞춰서 어려운 점이 많았죠. 저는 ‘수액이 제대로 나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아름다울지’를 먼저 생각을 해요. ‘저렇게 만들면 분명히 수액이 안 나올 텐데’라는 생각만 하면서 저도 양보를 안 했죠. 무엇 하나 우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결국은 조금씩 맞춰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발씩 물러서며 ‘디자인’과 ‘공학’이 서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한 거죠.
현재 배운 것을 바탕으로 한 계획이 있다면.
동준: 대학원에서 인간공학을 전공하는 만큼 인체 정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공장에서 사용하는 작업대의 설계도 인간이 사용하는 것이니만큼 인간 중심으로 설계돼야 맞는 거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리한 작업대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하게 됩니다.
원준: 기본적으로 인체공학적인 제품 설계를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디자이너와 소통이 중요할 텐데, 여기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품을 설계하는 사람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방향도 이해해주는 사람이요.
진수: 지금은 또 다른 캡스톤 디자인을 진행 중이에요. 공중화장실 문고리 디자인인데요, 화장실 사용여부가 표시되는 손잡이가 줄을 서있어도 보이도록 방향을 바꾸는 거에요. 작은 변화지만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죠. 궁극적으로는 디자인에 인체공학 요소를 접목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사회와 시대가 원하는 인재로
디자인공학과를 졸업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설계 또는 기획 파트에, 드물게는 UI(User interface), UX(User experience) 디자이너로도 취업한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27명의 학생 중 진학을 원하는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 96%에 이르는 취업률이다. 디자인공학과 전원이 특허 출원 또는 공모전 수상 경험이 있고, 작품 및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준비가 스펙 위주의 경력보다 회사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능력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김 학과장은 학생들이 디자인공학을 전공하면서 공부의 재미와 행복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즐겁게 공부한다면 취업과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는 것. “재미있는 공부를 통해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고, 크게는 공학대와 디자인대의 학생들이 디자인 공학 융합전공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ERICA캠퍼스의 새로운 브랜드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선한 교육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를 계속하는 학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서미량 학생기자 minyang08@hanyang.ac.kr
김용현 사진팀장 ssamstar@hanyang.ac.kr
2013. 05. 17 작성
2014. 04. 21 추가
같이 읽으면 좋을 자료
[1] “디자인 리더는 ‘다른 세상’창조할줄 알아야” 영국왕립예술학교 마일스 페닝턴 교수 인터뷰 ( http://www.fnn.co.kr/content.asp?aid=8362bd1eecc741f69592b463307929e1 )
[1] LG경제연구원 ‘전자제품 디자인에 담겨진 통찰력’ ( http://www.kmobile.co.kr/k_mnews/news/news_view.asp?tableid=IT&idx=3094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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