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30주년 맞은 한양대 에리카(ERICA)캠퍼스
공단이 캠퍼스 안으로 1
⊙ 현장실습 강화하여 기업이 당장 쓸 수 있는 인재 양성
⊙ 1979년 朴正熙 대통령 특명으로 설립돼
⊙ “반월·시화 공단을 美 ‘동부의 실리콘밸리’ 리서치트라이앵글처럼 만들고 싶어”
⊙ 1979년 朴正熙 대통령 특명으로 설립돼
⊙ “반월·시화 공단을 美 ‘동부의 실리콘밸리’ 리서치트라이앵글처럼 만들고 싶어”
황군과 두 학생이 교육받고 있는 업체는 LCD에 들어가는 코팅재료를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로, 캠퍼스 내 창업보육센터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세 학생은 등교하듯 출퇴근을 하고 있고, 과정을 마치면 4학점을 챙길 수 있다. 이들은 “중소기업이지만 학교 선배가 경영하는 업체라 가르쳐 주는 것도 많고, 학기 중에도 인턴이 가능해 편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나마텍은 이 학교 금속재료과를 졸업한 朱淵俊(주연준) 대표가 2001년 이곳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한 회사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내에는 재학생들이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과 국책 연구소, 대기업 연구소 등이 산재해 있다. 창업보육센터에 60여 개, 경기테크노파크에 70여 개의 기업이 들어와 있다. 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LG소재부품연구소 등이 132만9362㎡(약 40만 평)의 드넓은 캠퍼스 곳곳에 포진해 있다.
南泰運(남태운) 한양대 부총장은 “캠퍼스 내에 이렇게 많은 연구소와 기업이 들어와 있는 곳은 국내 대학 중 우리 학교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들 연구소에는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대거 근무하고 있고, 학교에서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 생생한 강의를 해 준다. 상주 기업들은 교수들로부터 경영 컨설팅과 기술 지도를 받고 있다. 학교, 연구소, 기업이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돼 끊임없이 교류하고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이 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지난해 78%(군 입대, 대학원 진학 등을 뺀 순수 취업률)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각종 평가기관으로부터 해마다 우수대학 톱5 안에 드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학교가 개교 30주년을 맞아 캠퍼스 이름을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에리카캠퍼스(ERICA·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 @Ansan)로 바꿨다.
톱스타 이영애, 이병헌, 송윤아, 강동원 배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는 현재 8개 단과대학, 18개 학부, 38개의 전공이 설치돼 있다. 재학생은 9000여 명이다. 이 학교를 방문하는 이들은 캠퍼스 규모에 놀란다. 132만9362㎡(약 40만 평)의 평지에 바둑판처럼 펼쳐진 캠퍼스에 들어서면 마치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대학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 학교의 CEO나 다름없는 남태운 부총장은 “뻘 밭에 건물 4동이 덩그러니 서 있던 개교 초기와 현재를 비교하면 그야말로 ‘天地開闢’(천지개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제가 교수로 부임한 1980년대 초만 해도 이 학교는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황야 같았어요. 나무도 풀도 없고, 곳곳이 진흙탕이고 늪이었죠.”
개교 30주년이라면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묘하게도 이 대학 안산캠퍼스 출신 중에는 연예계 톱스타로 성공한 이들이 많다. 탤런트 이영애(독문과), 이병헌(불문과), 송윤아(문화인류학과), 강동원(기계과), 정선경(무용과), 김지영(문화인류학과), 변소정(무용과), KBS 아나운서 백승주(독문과), 개그맨 이상운(기계과)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연예인 외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으로는 압축 소프트웨어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의 김장중 대표(수학과)와 날씨 정보를 기업에 판매하는 케이웨더의 김동식 대표(기계과)를 꼽을 수 있다. 金于勝(김우승) 교수(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단장)는 “오는 9월 24일 안산캠퍼스 설립 3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KBS ‘열린음악회’에 이분들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양대와 안산의 인연은 197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반월·시화공단을 조성 중이던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은 金連俊(김연준) 이사장을 청와대로 불러 “공단 내에 학교를 세우라”는 특명을 내렸다. 박 대통령이 한양대를 선택한 것은 한양공대 졸업생들이 조국 근대화 현장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점을 높이 산 까닭이라고 한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안산캠퍼스 설립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양대는 박정희 대통령의 뜻에 따라 안산캠퍼스를 1979년 개교했다. 첫해 입학생은 공대생 800명이었다.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으나 지방 분교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와 산업자원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산학협력 중심대학 육성사업’ 대상에 선정된 것이 발전의 계기가 됐다. 당시 한양대 안산캠퍼스는 수도권 지역(서울·경인지역)에서 유일하게 산학협력 중심대학에 선정돼 이후 5년 동안 매년 70억원의 발전기금을 지원받았다.
4학점짜리 현장실습 의무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內 공동장비지원센터 지하에 있는 자동차 엔진 실험실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자동차 부품소재를 테스트하고 있는 중소 업체 직원들. |
연구 중심의 교육 체제도 실무 위주로 대폭 개편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에 기민하지 못한 커리큘럼을 포기하고 특성화 전공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 전공이 비슷한 교수들이 논의해 내놓은 신규 과목을 계절학기에 시험 삼아 강의해 본 후 좋다는 평가가 나오면 정규 과목으로 정착시키는 수순을 밟았다.
교수 임용 평가 제도도 개정했다. SCI誌(지)에 발표하는 논문수가 평가 기준이 된 기존 방식의 경우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배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교수들의 산학협력 실적을 주요 평가 요소로 추가했다.
학생들의 졸업 논문도 공대생에 한해 엔지니어링 양성 프로그램인 캡스톤디자인(창의적 공학 설계)으로 대체했다. 캡스톤디자인은 학생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직접 제작 및 시현해 보는 과정이다. 전공공부를 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만들어보고 적용해 보면서 살아있는 배움을 가능케 한다.
또 경진대회를 열어 우수 작품을 발굴, 특허 출원과 등록 및 기술이전으로 연계되도록 했다. 결국 캡스톤디자인은 공학교육 인증 핵심 과목으로 부상했고, 해마다 작품의 질이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속적인 산학협력을 위해 관련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가족회사 제도를 도입, 이들 기업에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는 현장 실습 학점제도를 운영했다. 현재까지 에리카캠퍼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곳은 820개 업체로, 대부분 안산 지역에 있는 부품소재 전문 중소기업들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이들 업체는 젊고 역량 있는 직원이 부족해 늘 인력난을 호소하는 곳이라 학생들의 실습을 두 손 들어 환영한다. 학생들 역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실무 중심의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게다가 5주 동안 총 200시간 이상을 이수하면 4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김우승 사업단장은 “지금까지 2055명의 학생이 598개 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갔고, 해마다 그 인원이 증가하고 있어 올해부터는 아예 공대생 전원이 의무적으로 실습 과정을 밟도록 제도화했다”고 설명했다.
반월·시화 공단에 있는 많은 회사가 이 학교와 파트너가 되고 싶어한다. 가족회사가 되면 교수들로부터 경영클리닉과 기술 지도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 高價(고가)의 장비를 저렴하게 임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藥大 유치에 사활 걸어
지난 7월 에리카캠퍼스를 방문, 공동장비지원센터를 둘러보고 있는 홍석우 중소기업청장. |
공공장비지원센터에는 현재 50여 종의 장비가 갖추어져 있고, 지난 5년 동안 407개 업체가 7600여 회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글로벌 교육 강화를 위해 싱가포르국립대(NUS)와 미국의 일리노이공대(IIT), 애리조나주립대(ASU)와 꾸준히 교류해 오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경우 2003년부터 건축 분야를 중심으로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고, 일리노이공대와 애리조나주립대의 경우 국제 복수 학위 프로그램을 학사와 석사 과정에서 실시해 오고 있다.
복수 학위 프로그램은 수학 기간의 절반을 소속 대학에서, 나머지 절반을 상대 학교에서 수학, 졸업 요건을 만족시키면 두 학교에서 동시에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국제화 프로그램이다. 申成雨(신성우) 공대 학장은 “현재 각 대학에서 매년 50명까지 교환이 가능하고, 두 대학의 교환학생 수를 합하면 교환 규모가 1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해외 현장 실습도 2004년부터 꾸준히 보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과 독일에 있는 기업에서 총 12명의 학생이 현장 실습을 했다. 2010년부터는 학문 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 전공 학과도 신설될 계획이다. 신성우 학장의 설명.
“현대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학문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융합된 통섭 학문입니다. 이에 맞춰 우리 대학은 내년부터 생명나노공학과(공대+과학기술대학)와 디자인공학과(공대+디자인대)를 신설해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에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지난 6월에 발표된 제2단계 산학협력중심 육성대학에 또다시 선정됐다. 덕분에 매년 20여억 원의 발전 기금을 앞으로 5년 동안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藥大(약대) 유치에 도전하고 있다.
남태운 부총장은 “우리 학교에 약대가 신설되면 화학, 생물학, 화공 전공과 더불어 바이오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南泰運 한양대 부총장
“산업현장 밀착형 교육으로 나간다”
―학교에 와 보니 본교로부터 독립하려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는 서울의 부속학교이기보다는 主(주)가 되기를 원합니다. 이미 서울로부터 독립된 자율경영 기치를 내걸었죠. 처장, 학장, 학과장 등에게 인사권도 주고, 예산도 배정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서울과 일정 거리를 두고 독립적으로 운영해 갈 계획입니다. 본교가 연구 중심이라면 저희는 과거 한양공대의 장점이자 경쟁력이었던 산업현장 밀착형 교육으로 차별화해 가고 있지요.”
―캠퍼스 이름을 바꾼 것도 차별화 전략의 하나인가요.
“에리카에는 반월·시화공단은 물론 충남 천안까지 이어져 있는 부품소재 전문 중소업체들이 첨단화되어야 우리 학교도 성장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 대학 교수들은 반월·시화공단에 밀집돼 있는 기업과 1 대 1 상담으로 경영 컨설턴트를 하고 기술지도를 할 계획입니다. 주변 기업들이 우리 계획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몇 개 업체를 방문했는데, 모두 ‘예전부터 원하던 바인데 감히 요청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하더군요.”
―중소업체 사장들이 학교 교수들을 어려워했다는 얘기인가요.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업은 규모가 작은 데 비해 한양대는 워낙 크고 유명한 대학이어서 상대해 주지 않을 거라 여겼던 모양입니다. 앞으로는 저희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갈 생각입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마음껏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도서관도 개방하고, 부품소재 관련 세미나도 자주 여는 등 ‘이곳에 한양대가 있어 축복’이라고 여기게 만들 거예요.”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는 공대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공대로 시작해서 그런 이미지가 강한데, 인문계와 예체능계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광고홍보나 산업디자인 분야는 전국 대학 중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요. 광고홍보과의 경우 수능성적 5% 안에 들어야 올 수 있을 만큼 입학 성적도 높습니다.”
[인터뷰] 金于勝 한양대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단장
“한국의 ‘리서치트라이앵글 파크’가 목표”
―박정희 대통령이 반월·시화공단에 한양대를 세우도록 한 것은 원활한 인력 공급 차원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졸업생들이 이 지역으로 많이 취업하나요.
“설립 초기만 해도 많이들 취업했는데, 학교 레벨이 올라가고 나서부터는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유망 중소업체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교수들 소개로 이 지역 업체에 취업했다가도 중도에 그만두고 대기업으로 옮겨 가는 사례가 많아요. 연봉이나 근무 환경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인데, 제자들의 미래를 저희가 책임져 줄 것도 아니어서 막을 수가 없네요. 솔직히 그런 부분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지역민들에게 부채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부품소재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고 하는데, 모두 편한 직장만 선호하니 큰일이군요.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열악하니까 우수 인재가 안 오고, 그로 인해 중소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대기업과 相生(상생) 발전할 수 있는데 말이죠. 중소기업 인력 육성을 위한 기술사관학교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요. 육사나 공사처럼 이곳에 입학하는 학생에게는 병역 대신 중소기업에 10년 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그런 인력이 10년쯤 중소기업에 근무하면 전반적으로 레벨업이 되지 않겠습니까.”
―최근 들어 이 학교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높은 비결은 뭔가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철저히 시키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한국표준협회에 계시는 전문가를 겸임교수로 초빙해 대기업에서 하는 6시그마 교육을 학교에서 미리 하고 있습니다.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하고 있죠. 기업으로서는 그만큼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고, 졸업생을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으니 우리 학교 졸업생을 선호하는 겁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가 지향하는 모델은 어떤 겁니까.
“1990년대 말 金鍾亮(김종량) 총장께서 ‘안산캠퍼스를 특성화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때부터 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州(주)의 리서치트라이앵글 파크를 떠올렸습니다. 동부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혁신클러스터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죠. 원래 담배와 섬유 생산이 주요 산업이었던 이 지역은 1인당 소득이 미국 내에서 49번째일 정도로 가난한 시골이었습니다. 주변에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롤리), 듀크대(더럼), 노스캐롤라이나대(채플힐) 등의 명문대가 있었지만 졸업생 중 누구도 이 지역에 남아 있지 않았죠. 1959년 이 지역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정치인과 교수, 부동산 개발업자 등 지역사회가 하나로 뭉쳤습니다. 그러곤 이곳을 첨단기술 복합체로 조성했고, 그 결과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잘사는 지역이 됐습니다. 저희 대학과 반월·시화공단이 힘을 합하면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넓은 부지와 실용적인 학문이 한양대 에리카의 장점이다.
단순히 넓은 부지가 아닌 '교육시설' + '연구시설'이 조화를 이르고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산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배우기 위해 배우지 말라, 현실에 쓰기 위해 배우라
라는 말이 있듯 실용적인 학풍이 한양대를 이끌어 오고 있다.
-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20090910006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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